2025 올해의 순간
올해가 2개월도 채 남지 않은 시점,, 내년을 잘 맞이하기 위해선 올해를 잘 보내야 한다는 점.. 참 어렵다. 올해를 곱씹어보면서 정경탱이라는 인간이 언제 도파민을 느끼고, 언제 슬픔을 느끼고, 어느 순간에 재밌다고 느꼈는지에 대해,, 아카이빙하는 포스트.
01. Winter, March - St Malo, France
!! !! !!
함께하는 여행도 꽤나 괜찮다고 느낀 하루. 프랑스에서 열린 ieee vr’25에 sv로 다녀왔고, 학회가 마무리되고 그 다음날 학회 사람들끼리 보내주는 몽생미셸을 다녀왔다. 내가 아는사람이라곤 장혁진과 현성님, 그리고 안드레(멘토선배)뿐이였는데,, (사실 원래 성격치고는 아는 사람이 없으면 외로움을 느끼진 않는편..) 암튼 너무 좋은 여행이었음.
몽생미셸 자체도 좋았지만 (사랑하는 사람과 꼭 다시 오고 싶다고 느낌) - 특히 죽음의 방이 아이러니 하게도 참 따뜻하고 기억에 남음.. 비오는 거리에 걀레뜨를 먹으러 들어간 순간도 좋고, 모든 뷰잉들이 아름다웠다.
우리를 태워준 버스로 다시 돌아가는 길은 버스를 타거나 혹은 한 30~40분 산책을 해야했다. 나는 걷는걸 원했지만,, 같이 있는 장혁진은 또 아닐 수 도 있으니 마음이 안맞으면 혼자 걸어가야지~ 하고 있었는데 에그머니나!~ 감사하게도 같이 걸어갔다! 걸어가면서 서로 사진찍어주고, 저녁 뭐먹을지 얘기 (빠리 가서 마라탕을 먹을지, 중식당을 갈지, 디저트는 몇개를 먹을지, 중식당에서 어떤걸 시켜서 먹고 뭘 share 할건지…등), 망상 얘기 등등 .. 여러가지를 하면서 걸었다. 멀리 보이는 바다인지, 하늘인지 경계가 없는 그 광활한 공간도 압도적이었고, 온도 분위기 상황.. 모든게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버스타고 - 역사에 내려서 - 기차 타기 전까지 디저트를 먹는것도 너무 재밌고 좋았다.
기차를 타고 빠리에 내려서 - 짐만 내려놓고 - 바로 중식당을 향해 뛰어가는 순간도 너무 즐거웠다. 원래 레오를 보려고 했는데 레오봤으면 큰일날뻔;; 중식당은 마파두부가 유명하다고 해서 (이것도 보원언니가 말한거 반대로 생각했지만..ㅋㅋ) 가서 마파두부, 우육면, 사천탕면 시켜서 개야무지게 먹었다. 원래 디쉬 4개를 시키려고 하다가 한시간 토론 하고 세개만 시킨것도 웃김.. 암튼 마파두부 개존맛.. 맛있게 먹고 한국와서도 몇번 해먹은게 웃기다 ㅎㅎ 에펠탑 보고~ 돌아댕기면서 집 도착~
도파민 지수 500% … 혼자 하는 여행만이 최고의 경험인줄 알았던 28세 인생에서 누군가와 함께 있을때의 감사함과 행복함을 느끼게 해준 하루. 으흐흐흐
02. Summer, July - 한라산 영실 코스 등반.
!! !! !!
정보과학회 IITP 워크숍 덕분에 제주도에 가게 되었다. 사람들 때문에 오는 스트레스가 만땅이었는데.. (사실 이것도 그 사람의 잘못은 아니다. 내가 그냥 그 순간 하고 싶은 말을 못해서 나오는 스트레스인거) 딩규와 근처 오름을 그냥 가기로 했다가, 딩규가 과음을 하는 바람에, 나 혼자 영실코스를 가겠다 마음먹고 택시 20분을 타고 영실코스를 다녀왔다!!
정말… 정말.. 좋았다..
내가 그 당시 블로그에 쓴 글을 발췌하자면,
택시 아저씨가 가는 도중에 영실코스에 대해 짧은 가이드를 해주셨는데, 그 말씀이 내 상황이랑도 맞닿는것 같아 올라가는 내내 힘이됐다. “올라가다보면 껄덕고개라는게 있을거다..” “껄덕고개가 힘들긴 한데, 너무 빠르게 올라가려하지 말고 주위도 한번 보고~ 경치도 둘러보면서 올라가봐요. 천천히 올라가다보면 이제 평지에요. 평지는 하나도 안힘드니까 한시간만 조금 힘들게 올라가면 돼요~”
올라가면서 껄덕고개를 찾으려고 했지만, 없었다.
그런데 올라가면서 힘든 구간들이 몇있었다. 이게 껄덕고개인가? 하면서 힘들때마다 주위를 둘러봤다
저 멀리있는 나무들, 하늘, 숲, 초록색을 보면서 천천히 올라갔다. 너무 힘들면 한번 앉아보기도 하고 사진도 찍고 노래도 들으면서 계속 올라갔다
어쩌면 이게 내가 겪고 있는 인생의 phase일지도 모른다. 아무도 이 구간이 껄덕 고개라고 말해주진 않는다. 하지만 하루하루 너무 고달프다
나는 힘들때마다 그 힘듦을 해결하는데 급급한데(이를테면 연구를 한다, 안한다처럼 binary하게 선택하는점), 천천히 그 고민과 번뇌를 음미하면서 꾸준히 시간이 흐르는대로 계속 하면되겠다 싶었다.
어짜피 올라가면, 해결은 된다. 중요한건 지속성
사실 올라가면서 보였던 풍경들이 절경이어서 여기까지만 올라도 괜찮긴 하다~ 라믄 생각이 몇번 들긴 했다ㅋㅋㅋㅋ
하산을 하면서 보니 올라가는게 더 재밌고 아름다웠던 것 같다. 올라가는 과정이 어쩌면 제일 신나고 즐거운 단계 아닐까? 연구도 그럴것이다. 흥미를 붙여봐야겠다.
03. Summer, Aug - 정말 여름방학
!! !! !!
이 날은 아마도 아침 일찍 출근을 하는 ordinary day로 시작했으나 정말 재밌는 하루로 마무리하는 끝내주는 날이었다..
뭐였냐면..
보원언니가 갑자기 저녁으로 어은동에 있는 노마드테이블을 가자고 했다. 원래 저녁을 잘 안먹기도 하고,, 거절하려고 했는데
이상하게도 그날 배가 고프기도 하고 연구도 잘 안되던 날이어서 그래~ 하고 언니를 따라갔다.
밭에가서 고추를 조금 따서 노마드 테이블로 자전거를 타고 엉금엉금 기어갔다.
노마드테이블에서는 쥔장셰프님이 자기 맘대로 밥을 해주신다. 그날은 솥밥을 해주셨다. 꽈리고추와 연근조림 그리고 궁중갈비?
느낌의 어떤 요리까지 내어주셨다. 시래기 국도 주셨는데 정말.. 정말 .. 맛있었다.
밥 한공기를 싹싹 비우고 우린 배가 부른 상태로 밖을 나와 아 디제잉 연습을 하러 가자. 라고 다짐하고 다시 학교로 돌아갔다.
돌아가는길에 컵빙수를 먹었다. 정말 행복했다.
바람은 솔솔 부는데, 시멘트 바닥의 열기는 여전하고, 손에 들고 있는 컵빙수가 유일한 쿨러였다.
우린 터덜터덜 요상한 얘기를 주고 받으며 학교로 돌아갔고, 동방에는 아무도 없었다.
아 여름방학같다.
원장님들이 오시고 우린 정말 짧은 연습을 한뒤 카드 게임을 했다. 오랜만에 느끼는 해방감.
아이스크림 내기를 하고 무한 카드게임을 했다.
나는 승부욕도 딱히 없고 보드게임 헤이러라고 나를 정의했지만, 경기도 오산이었다! 나 카드게임 진짜 재밌어하네..
꼴지한 내가 아이스크림을 사러 원장님들과 터덜터덜 어은동으로 돌아갔고 아이스크림을 사먹고 헤어졌다.
아 여름방학같다.